새벽 훈련을 하지 않는 날, 오랜만에 방으로 돌아와 약간의 운동만 하고 쉬기로 했다. 라옹은 방 좀 치우는 게 어떠냐며 쪼르르 흔들의자로 올라가 의자를 흔들거리며 있었고 나는 옷을 갈아입으며 라옹을 보고 라옹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슈트, 어느 날 갑자기 집에 있던 나에게 다가온 수수께끼의 존재는 나에게 영웅이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그게 나의 슈트, 라옹과의 첫 만남이다. 그 뒤로 나와 라옹은 늘 함께 다녔다. 가방에 라옹을 넣고 운동을 다니며 라옹과 대화하는걸 어색해하지 않기 위해 들리지도 않는 이어폰을 쓰게 됐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꺼려질 때마다 라옹은 나를 보고 용기를 얻고 싶으면 당당해지는 것 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그 짧은 다리로 나를 때리기 일쑤였다. 물론 아프지는 않았지만 그 행동이 오히려 귀여워 라옹과 지내며 점점 다시 웃게 됐다.
그렇게 평소처럼 운동을 하려고 나가려던 와중에 시커하운트로 오게 됐다. 다른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슈트들, 이들이 모두 선택받은 영웅이었다. 그리고 다른 동료들의 슈트를 보자 성격이 전부 제각각이었기에 그걸 보는 재미도 있었다. 늘 진지한 말투의 라옹과는 달리 귀엽고 사랑스러운 말투로 말하는 슈트들을 보라! 그래서 어느 날은 다른 슈트처럼 귀엽게 말해보라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라옹의 드롭킥이었다. 그 뒤로 라옹은 나와 함께 다니며 헤러틱을 무찔렀고 운동을 하면 운동 코치처럼 횟수를 말해주며 독려해주기도 했다. 내가 훈련을 너무 심하게 한다며 라옹에게 잔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결국 라옹은 내 훈련을 같이 따라주었다. 원래 나는 음식을 남에게 잘 주지 않았다. 내가 먹기도 부족했거니와 남과 나누어 먹는 경험은 어린 시절 이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존재에겐 음식을 나누어 주었는데 그중 하나는 라옹이었다. 슈트는 음식을 안 먹어도 된다지만 그래도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었기에 매번 음식을 건네주면 뭘 이런걸 또 가져왔냐며 툴툴거리며 먹는 모습은 정말이지 귀여웠다.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던 중 내가 자신을 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라옹은 뒤를 돌아 나를 쳐다보았다.
"뭐야,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지 레온?"
"아하하하, 아무것도 아님다 라옹~ 그건 맛있슴까?"
"흥, 인간들은 불편해. 밥을 먹어야 에너지가 생기니… 그래도 맛은 괜찮군."
나의 슈트, 라옹… 난 만약 널 만나지 않았으면 이곳에 올 수 없었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으며 영원히 뉴욕의 작고 낡은 집에서 재기불능 상태로 다시 일어나지 못했을테지… 처음으로 나의 아픔을 공유한 존재, 네가 말한 용기와 희망을 준다는 건 어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