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올리를 봤을 때는 그저 사람에게 경계심이 많은 길고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리는 항상 날을 세우고 있었고 다른 사람을 경계했었기에, 그런 올리를 바라보며 지금은 다가가기 힘들겠구나. 하지만 저렇게 있으면 좋지 않을 텐데 같은 생각을 해왔고 주먹을 사용한다는 말에 괜한 호기심이 들었다. 나와 똑같은 주먹, 당신의 주먹은 누구를 향해 휘둘렀는지 어떤 목적으로 휘둘렀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난 올리에게 스파링이라는 명목으로 주먹을 나누어보았다.
당신과 주먹을 나누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떤 삶을 살았는지 대강 눈에 보였기에, 당신의 주먹은 사람을 구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구해야 하는 그런 주먹이었다. '살기 위해' 이 말이 얼마나 가슴이 미어졌는지 굳이 올리에게는 말하지 않았기에 몰랐을 것이다. 자신을 얕보는 상대들에게서 얕보이지 않기 위함이라 당신의 주먹은 고귀한 주먹, 실로 영웅의 주먹이었다.
남을 사랑하기 위해선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배웠다. 올리는 자신을 사랑했기에 자신을 지켜야 했기에 남을 사랑하기 위한 시간 전부를 자신에게 쏟아부었으리라 어림짐작 했다. 그렇게 올리와 주먹을 나눈 이후에 난 올리를 지켜보았다. 역시 환경이 문제인 것일까?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경계심이 극도로 올라가 있던 예전과는 다른, 아직은 투덜거리지만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무언갈 배우고, 웃고, 화내고, 농담도 할 줄 아는 당신이 보였다. 그런 당신을 보니 괜스레 마음이 울컥해졌다. 그때 나한테 날린 주먹을 떠올리며 지금 올리의 주먹은 어떤 느낌일까? 이제는 어떤 목표로 주먹을 휘두를까? 여러 생각이 들며 올리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연회가 찾아왔고 사도의 추종자가 건 저주로 인해 연회장에서 가장 처음에 본 나의 파트너, 올리와 함께 저주를 해제하기 위해 서로 고군분투 하였다. 이인삼각이 이런 것일까? 당신의 손을 잡고 춤을 추며 어색한 춤을 금방 배운 올리가 정말 대단했다. 그리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가족에 대한 이야기와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많은 생각을 하였고 당신이 어째서 그렇게 처음에는 날이 서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난 널 이해해'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내 삶의 모든 경험을 통틀어도 이해를 한단 말은 그저 이해가 아닌 동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기에 그저 이야기를 듣고, 내 이야기를 하며 그렇게 서로의 이야기만 했다. 그렇게 저주 해제라는 목적으로 데려간 드넓은 숲, 올리는 도심에서 자랐기에 이런 자연이 각별하다는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일출은 아무 데서나 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기억에 남게, 그리고 독립한 당신에게 세상이 얼마나 넓고 신기한 것으로 가득 찼는지 보여주고 싶었기에 당신을 그랜드 캐니언으로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과정에 잠시 소란이 있었지만… 시커하운트로 돌아온 당신과 그랜드 캐니언으로 가기 전.
어둠이 가시고 해가 떠오르는 광경을 함께 보자고. 지금의 우리에겐 그런 순간이 필요하잖아.
이 말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낯선 이에게 경계를 하고 고향과 살기 위해 라는 목표라는 어둠, 그리고 완전무결한 영웅, 나약한 자신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던 자신의 강박에 관한 어둠 이 두 어두운 순간을 당신은 집을 나와 주먹이 아닌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나아갈 빛, 팀의 중요성을 깨닫고 나약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던 강박 같은 영웅관 이라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나아가는 빛, 밤이 찾아오면 아침이 찾아오듯 우리 서로의 아침은 이제부터 밝아오는 것이 아닐까? 나와 올리, 당신이 왜 파트너가 됐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 비슷하였기에.
당신에게 했던 말을 기억할까? 우리는 많이 닮았다고, 당신은 나의 주먹 친구라고.
이제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는걸 보러 가자. 우리에게 필요한 순간을 보러 가자.
비록 어둠이 우리를 잠식했을지언정, 새로운 빛이 우리를 이끌어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