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시커와 그들이 부른 다수의 헤러틱에게 둘러싸여 포위 됐을 때, 나는 전투의 고양감이 들기 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무의식적으로 나도 모르게 동료들을 믿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내 적들과 전투가 시작되면서 고양감 덕에 잡스러운 생각은 사라졌고 오히려 동료들의 힘으로 다크시커와 맞설 수 있었다. 허나 평소에 운동과 훈련을, 헤러틱을 상대하며 강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시커하운트까지 따라온 헤러틱들을 잡고 나서 변신을 풀자 그제야 손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주먹을 바라보았다. 해진 가죽장갑이 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떨리는 손이 보였다. 단순히 강한 적과의 전투로 인한 피로감 때문이다. 라고 생각을 해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강한 적과 만나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심한 건 나 자신이 동료를 믿지 못했다는 죄책감, 강해졌다고 생각한 오만함, 그리고 적을 두고 도망갔다는 수치심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 있는 살아서 다행이다 라는 안도감… 이런 감정들 덕에 손이 떨리고 있다는걸 알고 있었기에 나약한 나 자신이 매우 원망스러웠다. 혹시나 남이 볼까 떨리는 손은 주먹을 꽉 쥐고 뒤로 숨긴 다음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이 상처를, 고통을 기억하기 위해 곧바로 훈련장으로 향해 훈련을 했다. 잠깐의 훈련이 내 마음을 진정시켰기에 피로감을 회복하려고 밖으로 나가 의자에 앉아서 동료들을 지켜보았다. 비록 자세한 설명은 안 했지만 전투가 끝나고 훈련을 했다는 말에 다들 놀라며 잔소리를 했지만 나한테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방법이란 그런 방법밖에 없었기에 차마 쉽사리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저 웃으며 괜찮다고 할 뿐이었다.

"음! 저도 이만! 들어가보겠슴다! 볼일이 있으면! 그냥 문 열고 당당하게 오시면 됨다! 와하하하핫!"

그렇게 잠시의 피로를 푼 나는 방으로 돌아갔다. 정확히는 아무도 없는 새벽에 몰래 훈련장에 가서 훈련을 하기 위해서다. 분명 다른 동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뭐라 할게 분명하지만 지금의 나는 더더욱 강해져야 했기에 절대 훈련을 게을리할 수 없었다. 내 무기와 남은 건 이 몸 하나이기에 더욱 날카롭게 벼려야 했다. 그렇게 새벽이 되자 훈련장까지 아무도 없다는걸 알고 아무도 잠에서 깨지 않게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또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팀이 중요함다!”

팀이 중요한걸 알면서 한 순간이지만 믿지 못했다.

“강해진걸 증명할 기회임다!”

강해진 뒤로 더더욱 당당했지만, 그건 오만이었다.

팀을, 동료를 믿어야 한다. 내가 다치면 치료를 해주고 무모하게 앞서나가면 방어를 해주거나 거들어서 공격하는 동료들을, 그리고 오만하면 안됐기에 나를 낮추고 조금은 진정을 할 필요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나 자신을 믿어야 했다. 이번 전투로 나 자신을 더더욱 믿기 어려웠기에 이런 생각을 없애야 한다.

몸에 무게를 주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찬 다음 주먹을 내지르고 사방에서 날아오는 볼을 피하고 플레이트를 등에 메고 운동을 하며 더더욱 훈련을 한다. 잠시 쉬어야 할 때에는 물을 잠깐 마시고 숨을 고른다. 이렇게 훈련을 반복하면… 팔에 힘이 떨어져 더 이상 올라가지 않게 된다. 그때가 되면 비로소 훈련이 끝이 난다. 새벽을 훈련과 보내고 낮에 잠깐 자면 될 일이니 괜찮을 것이다. 밤을 새우며 보내는 건 경호원 때도 늘 있는 일이었으니… 이만 나가봐야겠다. 앞으로도 훈련은 계속 해야하니깐 동료를 더욱 믿기 위해 나를 믿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