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의 전령이라 말하는 수상한 사람의 이끌림에 중형던전 앞에 막사를 치고 머물던 와중 벨라는 지금 조금 심란한 마음이 됐다. 물론 티를 내려 하지 않았기에 겉으론 티가 나질 않았지만 자신의 상태는 자신이 제일 많이 알고 있다 하던가? 전투를 하면서도 계속된 실수, 기분을 추스르기 위해 근처를 뛰어다니거나 훈련을 해오지만 그럼에도 쉬이 마음은 추스를 수 없었다. 솔카림령에 가까워질 수록 옛 기억이 스멀스멀 제 발끝부터 목을 쥐어오듯 올라왔기에, 숨이 막히는 이 답답함을 해소하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토로해도, 몸을 움직여도 피가 나도록 싸워도 벨라는 전혀 개운하지 않았다.
'젠장...'
자신을 버렸으며 자신이 버린 고향, 벨라에게 그곳은 그저 태어나 자라왔던 시절의 장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곳, 하지만 그곳에 두고 온 것이 신경 쓰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그렇기에 두고 올 수 밖에 없었던 동생, 눈을 감으면 아직도 그때가 떠오른다.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뒷골목을 전전긍긍하던 그 시절의 자신, 가진 건 없었지만 서로밖에 없었기에 끌어안고 지내며 사이좋게 살던 그때가 말이다.
세 명의 동생이 있었다. 둘째 녀석은 먹을 것을 구하겠다며 내가 없을 때 나갔고 그 뒤로 돌아오지 못했다.
두 명의 동생이 있었다. 셋째 녀석은 소중한 빵이 길거리에 떨어져 굴러가자 가지고 오겠다며 나섰고 달려오는 마차에 치어 그대로 돌아오지 못했다.
나는 원망했다. 내 가족을, 이 모든 세상을, 구원을 바라는 손길과 기도를 무시하는 신을, 그리고 이 모든 건 전부 나 때문에 생긴 일이니 나는 나를 제일 원망했다. 남은 동생은 단 한 명, 내 품에서 더러운 천에 둘러 싸인 상태로 작디작은 손으로 내 손가락을 잡는 사랑스러운 막내, 이 아이만은 반드시 살리겠다며 나는 그나마 호의를 베풀어준 한 가정에 아이를 맡겼다. 부디, 이 아이 만큼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길 기도하며... 그 뒤로 나는 달에 한 번은 편지를 썼지만 그 편지는 주인에게 가는 법이 없었다.
벨라는 제 가방에서 종이 뭉치와 함께 펜과 잘 보관한 잉크를 꺼냈다. 그러곤 오늘도 주인 없는 편지를 써 내려간다. 그 편지 말머리에 쓴 Dear. 뒤에는 아무런 이름이 쓰여지지 않았다. 이름이란 건 가장 먼저 기억에서 흐릿하게 사라지는 법, 그렇기에 주인 없는 편지는 제각각 다른 내용이 담긴 상태로 써 내려가졌다. 편지를 다 쓰면 가방에서 기름을 꺼내 두 개의 편지에 붓고 그대로 태운다. 타들어 가는 종이를 그저 아무런 표정 없이 바라보며 사막에는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종이의 소리만 들릴 뿐이다. 남은 하나의 편지는 자신의 가방에 도로 넣은 체 또 다시 훈련을 한다.